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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시선

라오어2(라스트 오브 어스2) 논란에 대한 단상(노스포)

by 조이에버 2020. 6. 21.

 

스포는 없지만 뭔가를 유추할 수 있는 정도의 서술은 있습니다.

이 글은 라오어2를 둘러싼 호불호 중 불호의 구조를 저 나름 이해해 본 것입니다.

 

 

최근 <라스트 오브 어스2(The Last Of Us Part II)>가 출시되었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플레이스테이션진영의 최전방에 있는 퍼스트파티 개발사 너티독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실로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고 기다렸던 <라스트오브어스2>. 벌써 내가 아는 사람들 중 두 명은 사전구매를 했고, 나머지 또한 조만간 구매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게임이 발매하자마자 엄청난 논란의 중심에 있다.

평단의 점수는 95점이라는 절대적 점수를 자랑하지만, 유저 평점은 3.6에 불과한 상황.(그래도 2점대에서 오르는 중. 앞으로는 많이 올라갈 수도 있다.)

라오어2의 유저들은 게시판에서도 엄청난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유저평점은 일단은 '망작' 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루리웹 라오어2 게시판은 다양한 불만으로 가득하고, 게임에 대한 호의적 평가는 간간히, 드물게 보이는 정도인데, 어떤 유저는 '라오어2를 칭찬하면 비추, 비난을 받아서 못적겠다' 라고 할 정도로 게시판의 분위기는 험악한 수준이다.

물론 이런 분위기가 라오어2의 칭찬을 못하게 만들어서 게시판이 혹평으로 채워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겠으나, 게시판의 분위기란 것도 당연히 게임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아닐 수 없다.

이 사람들은 라오어2를 아주 발빠르게 구매한 사람들이다. 게임을 해보지도 않고 욕부터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로 많은 글이 최소 5시간 이상 플레이를 했거나, 엔딩까지 본 사람들의 평가였다. 게임을 발빠르게 구매했다는 것은 예약구매를 했거나, 출시 직후 질렀다는 뜻이다. 그만큼 라오어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사람들의 혹평이라는 의미가 된다.

 

왜 라오어1을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이 라오어2를 증오하게 되었을까?

 

라스트 오브 어스1은 스토리로 대중을 감동시킨 게임이다. 우리는 정말 스토리가 잘 된 게임을 '영화 같다' 라고 표현하지만, 라스트오브어스는 '게임이 영화를 능가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작품이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스토리를 중심에 놓고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게임성 자체는 여전히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다.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것은 라오어1에 대한 평가가 워낙 좋았어서 2편에 부과된 기대치가 너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전투 자체가 너무 엉망이다' 와 같은 평가는 거의 없다.

결국 플레이하기 좋은 게임이지만 플레이하기 싫은 스토리라는 것이 되겠다.

 

사람들의 혹평을 읽어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1편에서 만들어진 환상이 깨어져버렸다고 말한다.

"중요한 인물을 너무 파격적으로 소비해버렸다"는 평가도 많다 이것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가끔 미국드라마를 보면 시즌1에서는 중요한 인물이 시즌2에서 '삭제'처리 당하듯 죽어 없어지는 걸 본다. 시즌1과 시즌2가 주제의식이 달라져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점은 사람에 따라서 불만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라오어의 현상은 이것과도 꼭 같지만은 않다.

 

라오어 1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싶을 만한 스토리를 가졌다. 라오어 2편은 그 길을 가지 않았다.

그래서 1편과 2편이 크게 괴리된다. 이게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이 괴리감은 '게임'이라서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것은 작가는 왜 저렇게 만들었지? VS 작가는 왜 날더러 이렇게 하라고 시키는 거지? 의 차이다. 

 

라오어2를 선택한 사람들은 역시나 라오어1을 선택했던 사람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기억하고 싶어할 만한 스토리를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라오어2가 E3쇼에 처음 소개되던 날. 어떤 유저가 소리질러 말했다. '이리 와서 내 돈을 가져가! Take my fuxxx money!' (영상)

이게 나는 이렇게 들린다.

"1편에서 그랬던 것처럼 날 다시 즐겁게 해줘. 당연히 돈 내고 지른다."

 

한편 라오어 시리즈의 총감독인 닐 드럭만은 이렇게 말했다.

"1편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신성시되고, 1편의 엔딩도 신성시된다(유저로부터 사랑받는다는 의미인듯?)

-중략-

사람들이 아끼던 1편의 것들을 2편으로 가져와서 붕괴시키려 한다."

 

출처 : https://wccftech.com/the-last-of-us-part-ii-will-dismantle-some-of-what-fans-hold-sacred-about-the-first-game/

 

The Last of Us Part II Will Dismantle Some of What Fans Hold Sacred About the First Game

Naughty Dog Game Director Neil Druckmann teased that The Last of Us Part II will dismantle some of what fans hold sacred about the first one.

wccftech.com

이런 말이 있다. '소설작가는 독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를 시도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떤 작품은 그런 방식으로 오래 기억된다.

닐 드럭만이라는 무자비한 예술가는 1편의 추억까지도 상처로 남길 2편을 가져왔다. 

 

뭐랄까...조금 억지같지만, 1편은 아카데미 영화제 느낌이고, 2편은 깐느 영화제로 가버렸다. 다시 말하지만 괴리감이 짙은 속편인 것이다. 그리고 그 괴리감은 전편과 속편의 연속성이라는 완성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평가도 가능해 보인다.

쉽게 말해 1편이 모험에 집중했는데, 2편이 인권에 집중한다면 그 시리즈의 완성도는 높지 않은 것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만일 그게 더 윤리적인 선택이라 할지라도, 작품의 연속된 완성도는 별개이다.

 

나는 이 시도가 어느정도는 반갑고, 어느정도는 반감이 든다.

게임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고 만만하게 보는 세태(게임규제, 게임유해성논란)를 생각하면, 라오어2처럼 파격적인 도전을 서슴치 않는 게임이 널리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이런 점에서 드럭만이나 코지마히데오 같이 우직한 작가 행보를 응원하고 있다.

 

한편, "날 즐겁게 해줘"라는 유저의 현실적인 요구 속에서 성장한 게임사임에도, "잊지 못할 악몽의 작품을 선사"해버린 이 사건. 퇴근 후 스트레스를 풀고자 플레이한 사람에게 상처를 줘 버린 현상. 다시 억지스럽지만, 말하자면 깐느에 가까워지기 위해 유저의 요구를 등진 듯한 현상. 그에 대한 반감은 있다. '제품'을 보는 시선에서 그렇다. 라스트오브어스2는 예술품이면서도 엄연히 하나의 제품이고, 어떤 제품이든 니즈와 욕구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으며, 라오어에 대한 다수 유저의 욕구는 명백했던 것이다.

그래서 유저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차라리 다른 시리즈를 이렇게 만들지 그랬나. 이게 1편에서 끝나더라도, 2편이어선 안되었다는 푸념은 이해할 만한 것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을 찾자면, 게임도 영화같은 논란과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게임은 예술이며

게임도 예술이다. 

적어도 라오어2는 그런 의미가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그게 불만이면 플레이를 하지 마라." 라고 말할 수 있다. 아마도 그래서 지금 루리웹 중고장터는 '라오어2 중고매물'로 도배 되다시피 하고 있다. 본디 게임DVD를 구매하고, 빠르게 플레이하고, 여전히 유행일 때 다시 중고로 되파는 것은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현재 게이머들의 게시판을 보면 '라오어2가 싫어서 되팔았다'는 증언들도 꽤 확인되는 듯 하다.

한편, "불만이면 플레이를 하지 말라는 말"은 좋은 태도는 아니다. 플레이를 하고 난 다음에야 불만을 갖든 말든 할 수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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